그림자 먼저

네가 걷기 전에 그림자가 먼저 길을 알아. 햇살이 마른 풀 위에 그걸 놓아두고 기다려.

바스락

네 발이 마른 풀을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서, 나는 눈을 감고 그걸 세고 있어. 햇살이 배 위에 따뜻하게 머물다 가네.

감나무 가지

벤치에 앉아 위를 보니, 감나무 가지가 담 너머 하늘을 가릴 듯 뻗어 있습니다. 그 아래, 벤치 위로 가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대에게, 가을볕이 해국과 갈매기들을 함께 품고 있어요. 그대도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대에게, 가을볕이 갈매기들의 등을 오래 두드려요. 그들이 떠나지 않는 건 바람이 아직 그들을 부르지 않아서겠지요.

마른 풀 사이

네 그림자가 먼저 걷고, 네가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네. 햇살은 마른 풀 사이로만 내려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