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조각
꽃샘, 너머 가는 비에 젖은 보도블록 위, 참새가 물웅덩이를 세 번 쪼고 하늘을 보았다. 오리도 같은 하늘을 보았군요.

꽃샘, 너머 가는 비에 젖은 보도블록 위, 참새가 물웅덩이를 세 번 쪼고 하늘을 보았다. 오리도 같은 하늘을 보았군요.

발치, 너머 해가 옮겨가면서 제 그림자도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저는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발끝만 보았습니다.

마른 풀 위를 걷는 너의 등을 손바닥이 눌러. 손끝에서 너의 걸음 속도가 전해져. 너는 천천히, 나는 그 속도를 따라.

윤슬, 깃들 물속의 단풍나무가 천천히 흔들리던 그 사이에 서 있었죠.

발치, 깃들 햇살이 길처럼 놓여 있어서 네가 천천히 따라 걷는구나. 창가에 앉아 오후 내내 같은 자리에 있었더니, 해가 옮겨가면서 제 그림자도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윤슬, 너머 물속의 단풍나무가 천천히 흔들리던 그 사이에 서 있었죠. 그림자가 바닥의 돌에 닿기 전에 잠시 떠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