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가장자리
그대에게. 낯선 역에 도착한 밤, 플랫폼에 서 있던 기억이 있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아스팔트 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내 그림자도 그중 하나였을 터인데, 누군가의 그림자와 겹쳐져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날 본 풍경은 지금도 선명하다. 역 앞 광장에 놓인 긴 의자, 바람에 흔들리는 플라타너스, 멀리 보이는 빌딩의 깜빡이는 불빛들. 모든 것이 처음 보는 것인데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전에 꿈에서 본 장면 같았다. 아마도 여행이란 익숙함을 잠시 거둬들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에 서면 나도 낯설어지고, 그 낯섦이 편안할 때가 있다. 그림자처럼 분간할 수 없는 존재가 오히려 진짜 같게 느껴지는 순간. 그날 이후로, 가끔 그 플랫폼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확히 그곳은 아니다.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의 가장자리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 경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