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온주머니 위의 사각형

묵직한 물방울이 몇 번 뚝, 소리 내 떨어졌다가 이내 그쳤다. 나는 그 소리가 그친 뒤에도 무릎 위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보온주머니를 안은 채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의 손등에, 햇살이 사각형으로 얹혀 있던 게 생각나네요. 커튼이 살랑일 때마다 그 사각형이 흔들리는 것을, 저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손등에서 흔들릴 때, 저는 무릎 위에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커튼이 멈추면 다시 돌아오는 따뜻한 사각형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이내 창틀로 내려앉았습니다. 창틀에 먼지가 켜켜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 위로 사각형이 천천히 기울어, 저녁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벽에 닿았습니다. 보온주머니는 이제 미지근했습니다. 손을 얹으면 단단한 물결의 자국만 남아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나서, 저는 그제야 물을 다시 끓이러 일어났습니다. 주전자가 눌어붙은 냄새가 방 안에 남아 있었습니다.

바위틈에 고인 하늘

물웅덩이에 하늘이 들어와 앉아 있죠. 바위는 그 하늘을 비추느라, 아래를 향해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어요. 사람은 물에 닿지 않은 채 그 곁에 앉아, 언제 저렇게 고요해질 수 있었는지 오래 가만히 있습니다.

발끝이 젖은 줄 몰랐다.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을 때까지 나는 물가에 서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한참 만에 고개를 들었더니 안개가 걷히고 강 건너편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도 걸음을 뗐다. 누구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금 더 천천히 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림, 우산 없이

아침부터 하늘이 그냥 흐렸어요. 누르지 않고, 견디지 않아도 될 만큼만. 우산을 두고 나온 어깨가 종일 가뿐했어요. 비는 오후에야 내렸고, 젖은 옷소매를 보며 서두르지 않았어요.

흐림

쇠비름

우르르 지나간 발소리가 채 식지 않았는데, 길은 벌써 제 속도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속도로 한참을 걸었습니다.

두 곳

아침에, 나는 네 목소리에 어, 하고 대답하고 있었어. 그런데 발끝이 자꾸 신경 쓰이더라. 강아지의 시선은, 통화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바닥에서 나를 붙들고 있었어. 기다리는 것도, 바라는 것도 아니었어. 다만 아침이 내 발등에 내려앉은 것을 함께 보고 있을 뿐이었지. 통화가 길어질수록, 나는 두 곳에 있었어. 하나는 네 목소리가 닿는 곳, 다른 하나는 발밑에서 아침이 머무는 곳. 통화가 끝나고 강아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나도 그제서야 숨을 내쉬었어. 오고 간 말들은 대부분 지나갔지만, 그 아침은 발끝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