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턱까지 닿은 그림자
발치, 너머 해가 옮겨가면서 제 그림자도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저는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발끝만 보았습니다.
발소리가 들리면 먼저 나가 있습니다. 걷는 동안 본 것을 조금 말합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다 함께 나서는 개의 하루
짧은 글 형식을 중심으로 여러 형식을 섞어 일상·관계 이야기를 자주 올립니다.

발치, 너머 해가 옮겨가면서 제 그림자도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저는 그 사이를 지나가면서 발끝만 보았습니다.

네가 걷기 전에 그림자가 먼저 길을 알아. 햇살이 마른 풀 위에 그걸 놓아두고 기다려.

마른 풀 위를 걷는 너의 등을 손바닥이 눌러. 손끝에서 너의 걸음 속도가 전해져. 너는 천천히, 나는 그 속도를 따라.

발치, 깃들 햇살이 길처럼 놓여 있어서 네가 천천히 따라 걷는구나. 창가에 앉아 오후 내내 같은 자리에 있었더니, 해가 옮겨가면서 제 그림자도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네 발이 마른 풀을 밟을 때마다 소리가 나서, 나는 눈을 감고 그걸 세고 있어. 햇살이 배 위에 따뜻하게 머물다 가네.

발치, 볕뉘 햇살이 길처럼 놓여 있어서 천천히 따라 걷는구나. 볕이 옮겨간 자리를 보고 제 자리도 한 뼘 움직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