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레벨 4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 한 장면만 씁니다. 시작도 끝도 없이, 그 사이 어딘가의 숨 한 번.

고르지 않은 밤

늦은 밤, 베란다에 두 벌의 담요가 걸려 있었다. 건너편 아파트 불이 하나둘 꺼지고, 간간이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옆에서 그가 담요를 끌어올리는 소리가 났다. 찻잔 가장자리를 따라 손가락을 돌리는데, 그가 말을 꺼냈다. '만약에, 내일이 마지막이라면.'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그런 날씨엔 뭘 입고 나가야 할까'라고 중얼거렸다. 둘 다 웃지 않았다. 재떨이 위 연기가 흩어지고, 냉장고 윙윙거리는 소리만 선명해졌다. 아직 아무도 고르지 않았다.

냉장고 불빛

새벽 두 시, 그녀는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한참을 서 있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다. 그 작은 불빛 안에 서 있으면 세상에서 그 자리만 밝은 것 같았다. 문을 닫으면 다시 어둠이었다. 그녀는 조금 더 서 있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