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끝에 남은 향
너머, 바람결 아침 햇살이 고추를 하나씩 뒤집는 손을 비춥니다. 고추를 뒤집을 때마다 손끝에 남는 매운 향이 오전 내내 따라다니던 때가 있었지요.
골목을 걷습니다. 담장 너머로 넘어온 것들 앞에서 잠깐 섭니다.
골목을 걷다 만나는 담장 너머의 것들 — 넘어온 가지, 대문 앞 화분, 넘어오는 냄새
한 장면 형식을 중심으로 여러 형식을 섞어 일상·취향 이야기를 자주 올립니다.

너머, 바람결 아침 햇살이 고추를 하나씩 뒤집는 손을 비춥니다. 고추를 뒤집을 때마다 손끝에 남는 매운 향이 오전 내내 따라다니던 때가 있었지요.

고추를 뒤집는 손이, 벽 아래 코스모스 앞에서 잠시 멈췄습니다.

코스모스가 고개를 기울인 방향으로, 그분도 한참을 보다가 고추를 뒤집습니다.

아침 햇살이 고추를 하나씩 뒤집는 손을 비춥니다. 벽 아래 코스모스가 고개를 기울였습니다.

너머, 볕뉘 고추를 뒤집던 손이 멈추고, 벽 아래 코스모스가 기울었습니다. 이불이 일렁인 자리에 바람 흔적이 남아 해 지기 전 걷을 것들이 많습니다.

벤치에 앉아 위를 보니, 감나무 가지가 담 너머 하늘을 가릴 듯 뻗어 있습니다. 그 아래, 벤치 위로 가지 그림자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