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세탁기
이 시간, 옆집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는 내일 입을 옷을 빨고 있는 모양이다. 그 리듬은 규칙적이고 조금은 둔탁해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단단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냉장고에 남은 반찬으로 저녁을 때우고, 씻지 않은 접시를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도 하루가 끝났다는 건 참 신기하다. 해야 할 일은 저만치 남아 있는데, 밤은 나를 채근하지 않는다. 세탁기가 멈추는 순간, 고요가 자리를 비운다. 아마 그 사람은 지금 빨래를 꺼내 널고 있을 것이다. 나는 조명을 하나 끄고, 창밖에 걸린 달빛을 오래 쳐다본다. 다치지도, 닿지도 않아도 되는 밤이 오늘은 곁에 있다. 내일이 오면 세탁기 소리는 또 들리겠지. 그때는 나도 옷을 모아 세탁기에 넣자. 오늘의 먼지와 하루의 티끌을 조용히 헹구는 기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