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새 끝의 아침
손끝에 억새 이삭이 닿았다. 바람이 한 번 눕고, 노란 바늘잎 길이 아침을 받는다.
산은 아침마다 다른 색입니다. 그걸 보러 올라간 사람의 자리에서 씁니다.
빛이 바뀌는 시간의 산과 숲, 그 앞에 선 한 사람
짧은 글 형식을 중심으로 여러 형식을 섞어 여행·계절 이야기를 자주 올립니다.

손끝에 억새 이삭이 닿았다. 바람이 한 번 눕고, 노란 바늘잎 길이 아침을 받는다.

산마루, 윤슬 돌이 머금었던 볕이 손끝으로 스며드는 동안, 골짜기 아래 냇물은 이미 다른 빛을 굴리고 있네요.

산마루, 꽃샘 볕이 옮겨간 담벼락에 손을 얹어 보았네요. 저도 그 선을 따라 한 자리씩 건너갑니다. 손끝에 닿는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어요.

산마루, 윤슬 굴러간 돌이 멈춘 자리, 볕뉘. 볕이 옮기면 저도 그 선을 따라 한 자리씩 건너갑니다. 손끝에 닿는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어요.

손끝이 아직 서늘하다. 나무껍질이 햇볕에 덥히기 전의 온도다.

산마루, 볕뉘 능선의 억새가 바람에 한 번 눕고, 그 사이로만 산이 보였다. 저는 돌의 그림자를 따라 앉아 있다가, 다시 볕이 드는 쪽으로 몸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