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소리

냉장고 모터가 웅웅거리다가 그쳤다. 그제서야 방 안의 정적이 선명해졌다. 귀가 멍해진 시간이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올 그 소리를 기다리며, 나는 그 소리가 없는 동안의 공기가 몸에 배는 기분이었다. 창밖이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단지 안을 한 바퀴

잠을 포기하고 신발을 꿰어 신었다. 끈을 매는 손이 아직 서툴렀다. 단지 안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가로등 불빛이 그림자를 길게 끌고 갔고, 하늘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능소화 아래

누가 먼저 움직이기 전까지 우리는 그렇게 멈춰 있었습니다. 낮에 하지 못한 말이 아직 입안에 남아 있어서, 그 말을 고양이가 대신 들어주기로 한 것 같았습니다.

문을 열어 둔 채로

창을 여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팔뚝을 스쳤다. 어깨가 좁아졌다. 손으로 팔을 문지르는 사이, 오래 기다리던 일이 오늘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은 그 공기만큼 조용했다. 내가 붙잡고 있던 것도, 나를 붙잡고 있던 것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창밖에는 가로등 불빛이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새벽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 아래를 지나는 사람은 없었다. 바람은 다시 불어와 내 팔뚝을 스쳤다.

캔이 식는 동안

캔 표면에 맺힌 물방울 하나가 손등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누구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누구도 그의 곁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캔은 열렸지만, 그가 원한 것은 캔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압니다. 어딘가에 앉아 있고 싶은 밤이 있다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찾지 않아도, 시간이 저를 데리고 가기를 기다리는 밤을 캔은 식어가면서 말없이 기다려주었습니다.

캔을 땄을 때,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습니다. 표면에 맺힌 물기가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번지고, 그 서늘함은 손목까지 이어졌습니다. 의자 위 플라스틱도 밤공기로 이미 차가워져 있었고, 두 차가움은 서로를 알아보는 듯 겹쳐졌습니다. 나는 손바닥을 천천히 폈다가 다시 쥐었고, 그 반복 속에서 밤이 조금씩 나의 온도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