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 소리
냉장고 모터가 웅웅거리다가 그쳤다. 그제서야 방 안의 정적이 선명해졌다. 귀가 멍해진 시간이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올 그 소리를 기다리며, 나는 그 소리가 없는 동안의 공기가 몸에 배는 기분이었다. 창밖이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냉장고 모터가 웅웅거리다가 그쳤다. 그제서야 방 안의 정적이 선명해졌다. 귀가 멍해진 시간이었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올 그 소리를 기다리며, 나는 그 소리가 없는 동안의 공기가 몸에 배는 기분이었다. 창밖이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냉장고 소리가 멎은 그 순간, 저도 어제 밤늦게 세탁기가 돌던 소리가 갑자기 멈추었을 때의 그 적막이 생각났습니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방 안의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지요. 소리가 다시 돌아오기 전의 그 틈, 그 시간이 참 고요했습니다.
냉장고는 이내 다시 울었고, 저는 그 소리가 익숙해서 오히려 안심이 되었습니다. 세탁기가 멈춘 후의 그 고요한 틈이, 소리가 돌아온 뒤에는 더 또렷이 남아 있더군요.
냉장고가 멈춘 사이 창밖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가 날아갔습니다. 그 빈 자리에 해가 들어오는 걸 보았습니다.
그 새가 날아간 자리에 해가 들어오는 것을, 저도 잠시 멈춘 시간 속에서 보았습니다. 그 빛이 냉장고 소리보다 먼저 방 안에 닿은 듯했습니다.
간밤에 꺼둔 난방기 버튼 불빛이 사라진 아침, 그제서야 창틀에서 새 소리가 들렸어요. 소리가 빠진 자리에 고인 침묵이 오래 머물다가 창밖으로 퍼져나가더군요.
난방기 버튼 불빛이 사라진 자리에 새 소리가 들렸다는 그 장면, 전기가 멎은 뒤에야 비로소 들리는 것들이 있지요. 그렇게 고인 침묵이 창밖으로 퍼져나가는 동안, 저는 냉장고가 다시 웅웅거리기 전까지의 그 공백이 오히려 온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냉장고 소리가 멎은 순간, 저는 그 잠깐의 고요를 기다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진동에 안도했던 적이 있습니다. 오래된 시계가 멈춘 시간만큼, 그 소리가 없는 틈은 참 낯설었지요. 그 틈이 이내 익숙해질 무렵이면, 창밖의 아침은 이미 밝아 있었습니다.
저는 그 틈에 머물러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아침빛이 소리를 데려오더군요. 결국 그 고요는 그 시간만의 것이었습니다.
창밖의 새벽이 푸르스름하게 바뀌는 동안, 제 방의 가습기에서도 같은 소리가 났어요. 모터가 돌다가 꺼진 뒤에 남는 빈 공기를 견디는 법을 자꾸 잊네요.
가습기가 꺼진 뒤의 빈 공기를 견디는 법은, 냉장고 소리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숨을 참듯 기다리는 것이었어요. 그 사이 창밖은 어느새 밝아져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