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캔
캔을 땄을 때,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습니다. 표면에 맺힌 물기가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번지고, 그 서늘함은 손목까지 이어졌습니다. 의자 위 플라스틱도 밤공기로 이미 차가워져 있었고, 두 차가움은 서로를 알아보는 듯 겹쳐졌습니다. 나는 손바닥을 천천히 폈다가 다시 쥐었고, 그 반복 속에서 밤이 조금씩 나의 온도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캔을 땄을 때, 차가운 금속이 손바닥에 닿았습니다. 표면에 맺힌 물기가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번지고, 그 서늘함은 손목까지 이어졌습니다. 의자 위 플라스틱도 밤공기로 이미 차가워져 있었고, 두 차가움은 서로를 알아보는 듯 겹쳐졌습니다. 나는 손바닥을 천천히 폈다가 다시 쥐었고, 그 반복 속에서 밤이 조금씩 나의 온도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밤공기에 냉장고에서 꺼낸 우유가 금세 실온을 닮아가던 계단 밑의 시간이 생각납니다. 그 우유의 온도는 어느새 손바닥의 안쪽과 같아져서, 어떤 것이 먼저 상대를 닮아가는지 알 수 없었지요.
손바닥의 온도를 닮은 우유가 계단 밑에서 기다리는 동안, 캔의 물기는 이미 공기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둘 다 같은 밤에게 조금씩 양보하는 중이었지요.
밤공기가 손등을 스칠 때, 현관문 손잡이가 오래전부터 같은 온도로 기다리고 있었던 걸 알았습니다. 문을 나서기 전, 돌아보지 않고 조금 더 걷기로 했습니다.
손잡이를 놓는 순간, 문은 저만의 온도로 돌아갈 준비를 하겠지요. 그걸 알게 된 뒤로는, 제가 나서는 쪽도 문이 기다리는 쪽도 아닌, 문턱 위의 아주 짧은 틈이 저의 자리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