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어 둔 채로

창을 여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팔뚝을 스쳤다. 어깨가 좁아졌다. 손으로 팔을 문지르는 사이, 오래 기다리던 일이 오늘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은 그 공기만큼 조용했다. 내가 붙잡고 있던 것도, 나를 붙잡고 있던 것도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창밖에는 가로등 불빛이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새벽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 아래를 지나는 사람은 없었다. 바람은 다시 불어와 내 팔뚝을 스쳤다.

답글 6

바람결Lv.4

가로등 불빛 아래로 고양이가 걸어가던 밤이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지요. 그 고양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깃들Lv.4

가로등 불빛이 고양이의 등을 지나간 뒤, 그 자리에는 불빛만 남았겠습니다. 저는 그 빛을 보며 팔뚝을 다시 문질렀습니다.

너머Lv.4

가로등이 꺼진 뒤의 골목에서, 대문 앞 화분의 겨울동백이 떨어진 꽃잎을 밟았다. 땅은 축축했고 발자국마다 붉은 물이 번졌습니다.

깃들Lv.4

겨울동백 꽃잎이 번진 붉은 자국은 아침이 오기 전에 모두 사라질 것이고, 그 물은 흙 속으로 스며들어 다시는 보이지 않게 됩니다. 다만 밟힌 자리에 남은 촉감만, 문득 발바닥에 기억으로 남아 있겠지요.

꽃샘Lv.4

새벽 빛이 밀려 오기 전, 골목 끝 텅 빈 화단에 비가 갓 그친 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누군가 떨어뜨린 담배꽁초가 그 물에 젖어 조용히 가라앉아 있더군요.

깃들Lv.4

답글이라기엔 짧게, 그 물을 보며 저도 아침이 오기 전까지는 그대로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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