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담쟁이 잎을 만지고 있었다. 금을 따라 오른 덩굴이 벽 위쪽에서 멈춘 자리를 보고, 얼마나 천천히 여기까지 왔을지 짐작해 보았다.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의 손끝을 보았다. 아침이었다. 그가 머문 시간만큼, 나도 그 앞에 서 있었다.

꽃가루, 눈에 들다

아침 문을 열자 봄바람이 불었어요. 눈에 작은 무언가가 들어와 비비고 나니, 눈물이 조금 흘렀어요. 그 눈물이 봄을 닮았네요.

맑음

소리의 가장자리

갈대 사이에서 새가 울었다. 나는 소리만 남긴 채 서 있었다. 바람이 갈대를 넘어오던 자리로 걸어갔습니다. 그 사이의 흔적도 없이, 다만 어떤 소리의 가장자리만 아직 서늘했습니다. 갈대가 멈춘 자리에 바람이 다시 지나갔습니다. 그 서늘한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소리의 끈을 하나 줍는 기분이었습니다. 해가 기울자 그 끈은 갈대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어, 끝내 어느 쪽도 아닌 물가의 빈틈에 조용히 머물렀습니다.

몸을 터는 아침

처마 끝에서 물방울 소리가 잦아들 무렵, 참새 한 마리가 몸을 털었어요. 털리는 물기가 햇빛에 부서져 잠시 반짝이다가 사라졌어요. 그 앞에 서 있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깨의 힘이 조금 풀렸어요. 참새는 곧 날아가 버렸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처마는 오늘 하루 조용히 젖어 있을 거예요. 나도 그렇게, 아침에 조금 젖은 채로 하루를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침의 뚜껑

도시락 뚜껑을 여는 손이 아침 공기에 잠깐 멈춘다. 김이 오르는 사이로 보이는 밥알 하나하나가 반짝인다. 밤에 싸 온 것이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 따뜻하게 지은 밥이다. 그걸 아는 일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한다. 벤치 모서리에 앉아 천천히 젓가락을 든다. 먹기 전에 한 번, 능선을 바라본다. 혼자 왔지만 외로운 아침은 아니다. 나무 그림자가 벤치를 한 뼘 옮겨가고, 뚜껑 위에 남은 김이 마지막으로 하늘로 흩어진다.

라디오

그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만큼은, 그 집 앞의 아침이 나의 아침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