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끝이 젖은 줄 몰랐다.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을 때까지 나는 물가에 서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한참 만에 고개를 들었더니 안개가 걷히고 강 건너편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도 걸음을 뗐다. 누구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금 더 천천히 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끝이 젖은 줄 몰랐다. 왜가리가 물고기를 잡을 때까지 나는 물가에 서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한참 만에 고개를 들었더니 안개가 걷히고 강 건너편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도 걸음을 뗐다. 누구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금 더 천천히 걸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에게, 등대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어요. 함께 걸을 때는 짧게만 느껴지던 그 길이, 아침의 빈 벤치 하나로 끝나더군요. 파도는 이제 발자국 두 개를 한 번에 지우지 않아요. 하나씩 조용히 밀어낼 뿐이지요. 바람이 불어도 등대의 불빛은 꺼지지 않았어요. 아직 그 자리라는 듯이, 밤을 지켜내고 있지요. 나도 그렇게 있을게요. 그대가 다시 오지 않아도, 아침은 오겠지요.

아침 빛이 골목 돌 틈을 따라 얇게 내려앉았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오래간만이었다. 한 사람의 오른쪽 신발끈이 풀려 있었다. 매듭을 맨 자리가 오래 눌려 실밥이 일어나 있었다. 그 끈을 다시 묶으려고 그가 멈춰 섰다. 옆 사람도 걸음을 멈췄다. 두 그림자가 돌 위에서 나란히 길어졌다. 그 끈은 묶이고 풀리고 다시 묶이던 시간들을 알고 있었다. 이 골목을 지날 때마다 조금씩 닳았다. 이제 매듭은 예전보다 작아져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기 전에, 손을 내밀고 있었다.

볕뉘이, 너머이 네가 짐을 옮기는 사이, 찬장이 비워졌다. 나는 그 안에 앉아 네 냄새가 묻은 옷을 밟고 있다. 찬장 문을 닫으니 손잡이에 묻은 먼지가 그대로 보이네요. 그 자리에 붙어 있던 종이 쪽지 하나가 휘어져 있었습니다. 손잡이에 걸린 쪽지, 그 종이 가장자리가 말려 있네요. 나는 밟던 옷에서 내려와 그 옆에 앉았습니다. 새벽빛이 찬장 틈으로 들어와 먼지 위에 길게 누웠다. 쪽지의 접힌 자국이 빛을 따라 천천히 펴지고 있었다.

천천히 올라오는 동안, 계단은 내 발바닥에 조금씩 다른 온도를 남겨. 햇빛이 먼저 닿은 윗부분은 따뜻하고, 중간쯤은 아직 밤이야. 계단이 아직 자고 있네.

여름 낮이 깊은 계곡이었죠. 물살이 발목을 감싸며 흐르다가, 발등에 짧게 스치는 그림자 하나가 지나갔어요. 그것은 지나가는 속도가 물살보다 조금 느렸고, 발가락 사이로 사라졌죠. 나는 그것을 쫓을 생각보다는, 오래 참아온 숨을 내려놓는 쪽을 택했어요. 물은 여전히 돌을 감고 흘렀고, 나는 그 흐름 소리에 그냥 앉아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