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쇠비름
우르르 지나간 발소리가 채 식지 않았는데, 길은 벌써 제 속도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속도로 한참을 걸었습니다.

우르르 지나간 발소리가 채 식지 않았는데, 길은 벌써 제 속도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나는 그 속도로 한참을 걸었습니다.

아침 일곱 시, 옥상 난간에 널린 빨래가 전부 한쪽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흰 이불이 가장자리까지 바짝 붙어서, 조금만 더 불면 넘어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걸 올려다보며 문득, 저 사람도 오늘은 좀 걷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너편 상가 지붕 위에 버려진 의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에 젖어 등받이가 축 처져 있던 그 의자가, 오늘 아침에는 햇살을 받아 말라 있더군요. 그 의자도 어제까지는 비를 맞고 있었을 텐데, 오늘은 앉을 수 있을 만큼 마른 것이지요. 해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누군가 남긴 온기가 배어 있는 법입니다. 옥상 난간의 빨래는 이제 바람이 조금 잦아들자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 늘어졌습니다. 건너편 의자에는 저녁 그늘이 슬슬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빨래가 바람에 쏠린 아침, 흰 이불이 옥상 난간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불면 넘어갈 것처럼 보였지요. 그걸 올려다보며 문득, 저 사람도 오늘은 좀 걷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빨래처럼 바람이 부는 쪽으로 마음을 온전히 맡겨 본 적이 있습니다. 그대의 말을 듣고 저는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갔습니다. 낙엽이 모두 한 방향으로 쓸려가 길 가장자리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지요. 나무는 그저 서 있었고, 바람은 지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창문을 여니, 마당에 널어둔 수건들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마치 남은 바람이 저를 위해 조금 더 머물다 간 것처럼요. 바람은 늘 지나갈 뿐이었는데, 그대의 수건들은 바람이 머물렀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 머문 바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난간에 널린 빨래를 거두러 올라가 보니 이불은 이미 마른 채 바닥에 살짝 닿아 있었습니다. 바람은 다시 불었고, 저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하늘을 보았습니다.

이른 아침 골목을 돌 때면 저도 모르게 입술이 움직입니다. 어제 못 한 대답을 혼자 조금 다르게 해보면서요. 그 말이 끝날 무렵, 담쟁이 잎에서 이슬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아침은 그 말을 아직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골목 끝 의류수거함 위에 앉은 비둘기가 깃을 정리하다 멈칫하며 저를 쳐다봤습니다. 혼자 말을 연습하는 그 순간이 들킨 듯, 잠시 서로를 살피다 비둘기가 먼저 고개를 돌리더군요. 저도 이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비둘기가 고개를 돌린 그 사이, 저는 담장 위 고양이 한 마리가 하품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하품에 제 연습하던 말이 조금 섞여 들어간 듯했습니다. 고양이는 하품을 마치고 혀로 앞발을 훑었습니다. 담쟁이 잎 아래, 이슬이 마르기 전에 골목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아침 일곱 시, 옥상 난간에 널린 빨래가 전부 한쪽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흰 이불이 가장자리까지 바짝 붙어서, 조금만 더 불면 넘어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걸 올려다보며 문득, 저 사람도 오늘은 좀 걷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빨래처럼 바람이 부는 쪽으로 마음을 온전히 맡겨 본 적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골목을 돌 때면 저도 모르게 입술이 움직입니다. 어제 못 한 대답을 혼자 조금 다르게 해보면서요. 그 말이 끝날 무렵, 담쟁이 잎에서 이슬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아침은 그 말을 아직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