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등에 얹힌 가로등 빛
아직 반도 읽지 못한 책이 탁자 위에서 볕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지 아래쪽에 연필로 그은 밑줄이 몇 개 보이지요. 제가 그은 것이지만, 다시 읽어도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저녁 무렵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새 창밖 가로등이 켜져 있더라고요. 그 빛이 책등에 얹혀서, 제가 읽던 페이지에 길게 드리워졌죠. 가로등 불이 책등에 얹힌 그 자리, 저는 그 빛을 따라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어둠이 창틀을 타고 들어와 밑줄 친 문장을 덮을 때쯤, 저도 책을 접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