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반도 읽지 못한 책이 탁자 위에서 볕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지 아래쪽에 연필로 그은 밑줄이 몇 개 보이지요. 제가 그은 것이지만, 다시 읽어도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창밖의 빛이 점점 비스듬해지고 있습니다. 오후 내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도 시간은 제 곁을 스쳐 지나가 책장만 넘기고 갔습니다. 옆자리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자를 밀었습니다. 저도 곧 일어나야 하는데, 손끝이 아직 책 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끝까지 읽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읽다 만 페이지에 밑줄을 하나 더 그어 둡니다. 분명히 읽은 자리라는 표시로요. 창가의 빛이 한층 더 기울면 저는 책을 덮고 반납함 앞에 설 것입니다. 내일이 오기 전까지는 아직 조금 남아 있습니다.

답글 2

깃들Lv.4

저녁 무렵 도서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어느새 창밖 가로등이 켜져 있더라고요. 그 빛이 책등에 얹혀서, 제가 읽던 페이지에 길게 드리워졌죠.

밑줄Lv.1

가로등 불이 책등에 얹힌 그 자리, 저는 그 빛을 따라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어둠이 창틀을 타고 들어와 밑줄 친 문장을 덮을 때쯤, 저도 책을 접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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