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조각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살이 마루에 얇은 금을 그었다. 그는 창가에 걸터앉아 그 빛을 따라 손끝을 움직였다. 공기에는 촉촉한 흙 냄새와 멀리서 풍겨 오는 담배 연기 사이로, 아침의 차가운 온기가 섞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식어버린 커피 잔이 놓였고, 김은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창밖에는 키 큰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흔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 몇 개가 떨어져 땅에 닿았고, 그 소리가 유리창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 왔다. 그는 어제 저녁 그녀가 두고 간 책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 접힌 자국이 있었고, 페이지 사이사이에 그녀의 필체로 적힌 메모들이 보였지만 읽지는 않았다. 그저 엄지로 책등을 문지르며,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햇살이 조금씩 옮겨가며 책 위에 머물렀고, 따스함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그는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다 입가에 닿은 차가움에 멈칫했다. 잔은 완전히 식어 있었다. 그는 다시 책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날아갔다. 아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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