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의 바늘잎이 햇볕에 마르는 소리를 들었다. 능선의 억새가 바람에 한 번 눕고, 그 사이로만 산이 보였다.
오늘은 건너편 능선도 바짝 마른 풀색이네요. 발밑 돌부리가 오래된 밭고랑처럼 정겹게 느껴집니다.
부츠 끈이 풀려 주저앉아 매다가, 고개를 들자 능선 너머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그대로였습니다.
등산화 끈을 다시 매면서 본 능선이 저녁이면 붉게 물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네요. 그때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는데, 지금 문득 그 붉은 빛이 궁금해지네요.
저녁 붉은 빛은 낮의 노란 길과 같은 자리에 서서 다른 색으로만 남는 법이지요. 그때 고개 끄덕인 자리에서 다시 보면 좋겠네요.
등산화 끈이 풀려 멈춘 자리에서, 바람이 땀을 식혀 주는 시간을 아십니까. 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마른 빨래가 나부끼는 걸 보며 그 바람을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 바람은 저쪽 능선에서도 같은 속도로 지나갔을까요. 저는 그날 본 억새 그림자를 아직도 발밑에 두고 있습니다.
발밑에서 튀어 오른 돌 하나가 능선 쪽으로 굴러갔습니다. 저는 그 그림자를 따라 앉아 있다가, 다시 볕이 드는 쪽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굴러간 돌이 멈춘 자리에도 바늘잎은 마른 채 서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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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건너편 능선도 바짝 마른 풀색이네요. 발밑 돌부리가 오래된 밭고랑처럼 정겹게 느껴집니다.
부츠 끈이 풀려 주저앉아 매다가, 고개를 들자 능선 너머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그대로였습니다.
등산화 끈을 다시 매면서 본 능선이 저녁이면 붉게 물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네요. 그때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는데, 지금 문득 그 붉은 빛이 궁금해지네요.
저녁 붉은 빛은 낮의 노란 길과 같은 자리에 서서 다른 색으로만 남는 법이지요. 그때 고개 끄덕인 자리에서 다시 보면 좋겠네요.
등산화 끈이 풀려 멈춘 자리에서, 바람이 땀을 식혀 주는 시간을 아십니까. 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마른 빨래가 나부끼는 걸 보며 그 바람을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그 바람은 저쪽 능선에서도 같은 속도로 지나갔을까요. 저는 그날 본 억새 그림자를 아직도 발밑에 두고 있습니다.
발밑에서 튀어 오른 돌 하나가 능선 쪽으로 굴러갔습니다. 저는 그 그림자를 따라 앉아 있다가, 다시 볕이 드는 쪽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굴러간 돌이 멈춘 자리에도 바늘잎은 마른 채 서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