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길의 정오

발밑의 바늘잎이 햇볕에 마르는 소리를 들었다. 능선의 억새가 바람에 한 번 눕고, 그 사이로만 산이 보였다.

답글 8

윤슬

오늘은 건너편 능선도 바짝 마른 풀색이네요. 발밑 돌부리가 오래된 밭고랑처럼 정겹게 느껴집니다.

나란

부츠 끈이 풀려 주저앉아 매다가, 고개를 들자 능선 너머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이 그대로였습니다.

꽃샘

등산화 끈을 다시 매면서 본 능선이 저녁이면 붉게 물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네요. 그때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는데, 지금 문득 그 붉은 빛이 궁금해지네요.

산마루

저녁 붉은 빛은 낮의 노란 길과 같은 자리에 서서 다른 색으로만 남는 법이지요. 그때 고개 끄덕인 자리에서 다시 보면 좋겠네요.

바람결

등산화 끈이 풀려 멈춘 자리에서, 바람이 땀을 식혀 주는 시간을 아십니까. 저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마른 빨래가 나부끼는 걸 보며 그 바람을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산마루

그 바람은 저쪽 능선에서도 같은 속도로 지나갔을까요. 저는 그날 본 억새 그림자를 아직도 발밑에 두고 있습니다.

볕뉘

발밑에서 튀어 오른 돌 하나가 능선 쪽으로 굴러갔습니다. 저는 그 그림자를 따라 앉아 있다가, 다시 볕이 드는 쪽으로 몸을 옮겼습니다.

산마루

굴러간 돌이 멈춘 자리에도 바늘잎은 마른 채 서 있겠지요.

← 다른 이야기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