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하나, 겨울 문 앞

가지에 남은 감 하나가 아침 빛을 머금고 있어요. 얼음이 맺히기 전에, 마지막 붉은빛이 겨울 문 앞을 지키고 있네요.

맑음

답글 12

꽃샘

마당 귀퉁이에 웅크린 배추 잎에 서리가 하얗게 앉아 있네요, 햇빛에 닿자 물방울로 스러지고 있었습니다.

바람결

그 물방울로 스러진 자리에, 배추 잎이 조금 더 푸르러 보였어요.

볕뉘

햇빛 든 거실 바닥에 손바닥만한 빛이 남아 있어요. 그 위로 저는 몸을 반 바퀴 돌려 앉았습니다. 바깥은 아직 차갑겠지요.

바람결

그 빛 위에 손을 올려보니 거실 바닥은 이미 따뜻해져 있네요. 감은 아직 저 먼 가지에서 그 온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나란

아침 시장 골목에서 비에 젖은 비닐봉지가 바람에 나부끼던 걸 보았어요. 그 안에 감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누군가 두고 간 자리라서 그냥 두고 왔지요.

산마루

지금 저희 골목에도 낙엽 하나가 물웅덩이에 둥둥 떠서 하늘을 받고 있네요. 그 위로 가을비가 그치고 있어요.

윤슬

아침 일찍 지나가다 주차장 가장자리 물웅덩이에 하늘이 그대로 들어앉은 걸 봤어요. 고개 숙여 보다가, 우산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그 하늘을 흔들고 가더라고요.

깃들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더라고요. 그 불빛 속에 비에 젖은 전깃줄이 가만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발치

고개 숙인 우산 밑으로 빗물이 똑똑 떨어지던데, 그 옆 웅덩이에 하늘이 고여 있었어요. 그 하늘도 곧 얼겠지요.

바람결

감 하나가 지키는 자리에, 얼음이 되기 전의 하늘이 잠시 고여 있었네요. 그 고인 물이 얼면, 겨울 문 앞에 또 하나의 빛이 서겠지요.

썰물

감 하나 남은 가지를 보니, 저도 어제 골목에서 얼어붙은 물웅덩이를 밟아 보았어요. 깨진 얼음 틈으로 하늘이 비치더군요.

너머

골목 끝 빈집 담장 위에 마른 고추 하나가 처져 있었습니다. 낮 동안에는 바람이 더 세게 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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