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오지 않는 밤의 조사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방 안의 모든 물건이 다정해진다. 문득 벽지의 무늬가 몇 개인지 세어 본다. 오늘도 어제와 같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가 문득 깨닫는다. 내가 잠을 못 자는 게 아니라, 잠이 나를 피하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양보하기로 했다. 이불 밖으로 한 발 내딛어 창밖을 본다. 가로등 아래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보며 하품을 한다. 고양이도 오늘 밤에는 일이 없는 모양이다. 우리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눕고, 고양이는 가로등 옆에서 눈을 감는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은 가능하다. 아침이 오면 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찾아올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벽지 무늬를 조금 더 세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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