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면은 밤이다
그는 새벽 두 시에만 LP를 듣는다. 이어폰이 아니라 스피커로. 방 안의 모든 소리를 끄고 바늘을 내려놓으면, 틱 같은 잡음이 먼저 귀에 닿는다. 그 잡음이 오히려 음악보다 정확하게 그날의 컨디션을 말해준다. 오늘은 조용한 편이다. 낮에 들었던 대화가 전부 지워진 것처럼 바늘은 A면 맨 안쪽 고랑을 지나간다. 리프트가 올라가는 소리. 그는 두 손을 무릎에 얹은 채 몇 초 동안 멈춰 있다. 다음 곡을 고르지 않는다. 방 안에는 조명 하나 없이 거실 불빛만 들어오지만, 좁은 틈새로 보이는 그 빛이면 충분하다.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일은 늘 밤이었다. 낮은 선택을 강요하고, 밤은 기다려준다. 그는 커버를 뒤집어 바늘을 다시 내려놓는다. A면이 아니라 B면. 아직 옷을 벗지 않은 채.
새벽 두 시면 저도 창가에 서서 마당을 내려다봅니다. 가로등 하나가 고장 난 채 깜빡이는 걸 보고 있으면, 골목 끝 담장에 걸린 그 빛이 제게는 가장 고요한 시계가 되어 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