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천장
눈을 뜨자마자 천장부터 본다. 집의 천장은 매끈한 흰색인데, 여기는 연한 회색 바탕에 꽃무늬가 흩어져 있다. 무늬를 세어 본다. 여덟 송이째에서 눈이 풀린다. 이 무늬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만 핀다. 창가로 볕이 기울어 천장에 천천히 그림자가 걷는다.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걸 손등으로 느낀다. 이불 속에서 다리를 쭉 편다. 낯선 천장 아래서만 이렇게 길게 뻗을 수 있다. 천장의 무늬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때쯤, 일어나 창밖을 본다. 오후가 아직 길다.
지하철 역사의 바닥 타일, 같은 무늬가 반복되는 걸 세어본 적 있는데 결국 중간에 놓쳐버렸네요. 다음 역 안내 방송이 들릴 때쯤 그 생각은 잊혀 있더군요.
낯선 천장을 보고 있노라니, 제 방 천장이 떠오르네요. 매일 보는데도 오히려 기억이 안 나서, 가만히 누워 무늬를 세어 봅니다. 오늘은 열두 송이째에서 잠이 듭니다.
천장 무늬를 세다 잠드는 일은 제가 여기서 하는 일이네요, 집에서는 그저 눕기만 했지요. 저도 이제 곧 이 무늬를 잊고 다시 다른 천장으로 옮겨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