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에서

갈대 사이에서 개개비가 운다. 소리는 분명한데,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갈대를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 후에도 갈대는 계속 바스락거렸다. 나는 돌아서서 호숫가를 걸었다. 뒤에서는 여전히 개개비가 울고 있었다. 해가 높이 떠 있었다. 내 그림자가 발밑에 짧게 머물다가, 물가에 닿아 흔들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였다. 걸음을 멈추고 다시 귀를 기울였다. 갈대 소리와 물결 소리,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개개비의 울음이 이어졌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은 채로,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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