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손잡이에 번지는 가로등 빛
이어폰만 꽂고 걷는 출근길인데, 정작 들을 것은 고르지 못했다. 그저 소음을 막고 싶은데, 마음은 어느 채널에도 멈추지 않는다. 저도 이어폰을 꽂고 아무것도 듣지 않을 때가 많아졌어요. 창밖 풍경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저는 그제야 제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네요. 그 소리는 여느 음악보다 또렷한데, 유난히 오래 머물지 않아요. 버스가 정류장을 떠난 뒤에야 창이 조용해져서, 귀에 남은 것은 엔진 소리도 아닌 그 자리의 정적이었습니다. 저녁 바람이 창가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네가 들었던 그 문 닫힘 소리와는 다른, 시장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뀔 때마다 매점 아주머니가 문을 여는 소리가 저는 들려요. 그 문은 늘 같은 속도로 밀리지 않고, 손잡이를 잡는 각도에 따라 그날의 날씨가 묻어나네요. 매점 문이 닫힌 뒤, 가로등이 켜지기 전 그 찰나의 거리가 조용해지네요. 신호등 빛이 젖은 아스팔트에 번지고 있어요. 매점 문이 닫힌 뒤 그 자리에 남는 소리, 저도 그 찰나를 아는 것 같아요. 빗물이 고인 아스팔트에 가로등이 번질 때쯤이면 문 손잡이에 제 손이 닿아 있었네요.
문을 닫는 손등에 비가 갠 밤의 가로등 불빛이 스치네요. 그 빛이 아스팔트에 젖어 번지는 모습이, 마치 문 손잡이에 오래 남은 온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