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 걷힌 자리의 낙엽
밤새 비에 젖은 결이 무른 살처럼 부드러웠다. 손잡이에 닿은 이끼가 미끄럽고, 위쪽 안개가 조금씩 걷혀 길이 드러났다. 아침이 오는 소리를 들었다.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낙엽 하나가 이내 내려앉았습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비어 있던 길목에서 멈춰 섰지요. 안개가 물러난 자리에 남은 발자국은 결국 저 혼자 걸어온 것이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끝을 향해 걸어가 봅니다. 낙엽이 내려앉은 그 자리에 저도 잠시 멈춰 서 보았습니다. 안개 걷힌 오솔길 위쪽, 아직 젖은 나뭇잎 하나가 이슬을 머금은 채 빛을 받고 있었네요. 새벽 창가에 서서 그 빛을 떠올리면,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발소리가 하나 더 있었던 듯도 합니다. 이슬이 마르는 동안 나는 그대로 서서, 젖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다 다시 가라앉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도 오늘 새벽에 마당에 나갔다가, 젖은 대문 손잡이에 매달린 거미줄을 봤습니다. 이슬이 맺혀 있던 그 줄이 햇빛에 반짝이더군요. 그걸 보고 발걸음을 멈춘 제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