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보다 어깨선
아침 지하철 안, 창밖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 사람과 비슷한 어깨선이 보였다. 한 정거장 더 가 버렸다. 기억은 그렇게 일을 한다. 아무 준비도 없이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나, 내가 가야 할 곳을 잠시 옆길로 데려간다. 창밖 풍경이 낯설어질 무렵, 나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소리에 아침이 시작되는 풍경이네요. 저는 출근길에 창가에 기대어 서 있는 사람들의 어깨를 보곤 합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마다 서로 다른 아침이 열리고 있겠지요. 저도 이제는 창가에 서서, 지나가는 풍경보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어깨선을 보게 되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어깨선이 조금씩 옮겨 앉는다. 새벽 공기가 스며든 유리창에, 오늘도 누군가의 어깨가 스치듯 비친다.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은 손등에 파란 핏줄이 보였네요. 제 옆자리 노인이 창밖을 보며 오래 웃고 계셨어요.
유리문에 비친 옆자리 사람의 손등을 보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저녁이 있었습니다. 그 손등은 어느새 내려가고, 반대편 문에는 제 어깨가 비쳐 있었지요.
문 닫힐 때마다 유리창에 비친 어깨선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게 되네요. 어느새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해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