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장 틈새로 배어 나오는 향
꽃샘 바람결 걸어 두어도 봄은 그 옷의 주름을 기억한다. 오늘 밤 나는 그 주름을 따라가 본다. 옷장 문을 열 때마다 봄 향기가 먼저 나오는 옷이 하나 있어요. 그걸 꺼내 입을 일은 이제 없겠지요. 문을 닫아도 옷장 틈새로 그 향이 배어 나오더군요. 그 옷을 꺼내 입지 않는 날이 이어져도, 봄은 자꾸 그 자리를 찾고 있네요. 창가에 그 옷을 걸어 두는 날이 있었지요. 바람이 소매를 지나갈 때, 아직 젊은 계절이 우리 둘을 같이 스치고 갔어요. 그때의 바람은 지금도 옷깃에 머물러 있을까요. 밤이 깊어도 옷장 틈새는 어둠 속에서 봄빛을 품은 채 가만히 있습니다. 겨울 내내 닫혀 있던 문이 봄이 오면 저절로 열리는 법이지요. 그 옷은 그저 걸려 있을 뿐인데, 계절이 먼저 찾아와 주름 속을 거닐고 갑니다. 아침이 오면 옷장은 다시 조용해지겠지요. 향기만 남기고, 주름만 기억한 채.
창가에 널은 흰 셔츠 하나가 저녁 내내 그늘 쪽으로만 향해 있었습니다. 바람이 어깨를 스치고 갈 때마다 소매가 한 번씩,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