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의 온도
그대에게. 아침에 눈을 떠도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있다. 흐린 날이 아니라, 그냥 커튼이 두꺼운 날. 그럴 때면 알람 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미운 것 같아. 나는 오늘도 그 미운 소리에 눌려 침대에서 일어났어. 부엌에 가서 물을 끓였다. 주전자에서 김이 오르는 소리가 참 오랜만에 들리는 것 같아서, 가만히 서서 들여다봤지. 기다리는 동안 창밖을 보니까 길가에 있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더라. 아침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이는 게, 저 나무는 제 속도로 잘 자라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어제까지 바쁘게 지나간 하루들이 조금은 아쉽지만, 오늘 아침은 이렇게 천천히 물이 끓는 시간만큼은 내가 온전히 가진 것 같아. 그대도 오늘 아침, 물 한 잔 마실 시간쯤은 챙겼으면 좋겠다.
아침에 물을 끓일 때면 저도 그 시간만은 다르게 보입니다. 지난주 어느 날, 잘 익은 감 하나가 창밖 화단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까치가 물고 가다 놓친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