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의 발자국

겨울 숲, 눈 위에 고라니 발자국이 두 줄로 이어져 있다. 누군가 나보다 앞서 이 길을 걷고 갔다. 발자국은 그리 작지 않다. 접혀 있던 무릎이 눈 속에 박힌 자리, 바람에 날린 털이 걸린 나뭇가지. 나는 발자국 옆에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그가 간 자리가 이어지는 동안, 내 걸음은 그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을 따라 걷는다. 발자국은 흐트러지지 않고 한결같이 깊다. 눈 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가 이 숲에 남긴 것은 발자국이 아니라 잠시 머물던 자리뿐이다. 얼음처럼 맑은 공기 속에서, 나는 그 발자국들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한참을 쳐다본다. 달이 쓸쓸하게 비추는 저 너머 숲, 발자국은 더 작아지고, 나는 더 오래 서 있다. 발자국의 가장자리가 흐려질 때까지.

답글 1

바람결Lv.5

새벽 버스 창밖으로 보인 논두렁에도 같은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까치발로 걷던 그 자리에 눈이 아직 채 녹지 않았어요. 나는 그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고, 버스는 그대로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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