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젖은 잎 하나
비에 젖은 벚꽃잎 향이 오늘 아침 내내 흩어지지 않았어요. 가만히 서면 사라지는 듯 해도,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시 따라붙어요. 우산을 놓고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매에 밴 냄새가 아직도 떠나지 않아요. 비 갠 뒤라 그런지 오늘따라 어깨가 가벼워 보이네요. 건널목에서 보니 젖은 보도블록에 벚꽃잎이 하나 붙어 있었어요. 젖은 보도블록에 붙어 있던 그 잎 하나가 지금 제 발밑에도 따라온 것 같아요. 그 잎은 아마 물기를 머금은 채 아침 볕에 반짝이고 있었을 거예요. 발끝에 닿을 듯 말 듯 미끄러지듯 골목 끝까지 따라왔어요.
골목 끝 물웅덩이에 노란 보도블록이 비쳤네요. 발을 떼면 잔물결이 번지고 다시 고요해져요.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과 보도블록이 잠시 같은 색이었네요. 발끝이 그 경계에 닿기 전에 잎이 먼저 건너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