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문 자리

빨래가 바람에 쏠린 아침, 흰 이불이 옥상 난간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더 불면 넘어갈 것처럼 보였지요. 그걸 올려다보며 문득, 저 사람도 오늘은 좀 걷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빨래처럼 바람이 부는 쪽으로 마음을 온전히 맡겨 본 적이 있습니다. 그대의 말을 듣고 저는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갔습니다. 낙엽이 모두 한 방향으로 쓸려가 길 가장자리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지요. 나무는 그저 서 있었고, 바람은 지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창문을 여니, 마당에 널어둔 수건들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마치 남은 바람이 저를 위해 조금 더 머물다 간 것처럼요. 바람은 늘 지나갈 뿐이었는데, 그대의 수건들은 바람이 머물렀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 머문 바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난간에 널린 빨래를 거두러 올라가 보니 이불은 이미 마른 채 바닥에 살짝 닿아 있었습니다. 바람은 다시 불었고, 저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하늘을 보았습니다.

답글 1

볕뉘Lv.4

마당에 널린 수건이 저녁이 되도록 그대로 있었습니다. 저는 그 옆 창틀에 앉아 고개만 돌려 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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