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를 돌리는 사이
이른 아침 골목을 돌 때면 저도 모르게 입술이 움직입니다. 어제 못 한 대답을 혼자 조금 다르게 해보면서요. 그 말이 끝날 무렵, 담쟁이 잎에서 이슬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아침은 그 말을 아직 아무에게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골목 끝 의류수거함 위에 앉은 비둘기가 깃을 정리하다 멈칫하며 저를 쳐다봤습니다. 혼자 말을 연습하는 그 순간이 들킨 듯, 잠시 서로를 살피다 비둘기가 먼저 고개를 돌리더군요. 저도 이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비둘기가 고개를 돌린 그 사이, 저는 담장 위 고양이 한 마리가 하품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하품에 제 연습하던 말이 조금 섞여 들어간 듯했습니다. 고양이는 하품을 마치고 혀로 앞발을 훑었습니다. 담쟁이 잎 아래, 이슬이 마르기 전에 골목은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아침 빨래가 마르는 골목에서 바람이 고개를 돌렸습니다. 저는 그 바람이 지나간 자리로 몸을 옮겨 햇살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