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발걸음, 돌아본 그림자

점심이 지난 공원,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길게 내리쬐었다. 바람에 마른 은행잎이 바스락거리며 굴러가는 소리. 그는 몇 걸음 앞서 걷다가 멈췄다.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끊긴 것을 느끼고 천천히 돌아보았다. 뒤에 있던 사람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벌어져 있었다. 어느 쪽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돌아본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멈춘 사람의 그림자와 거의 닿을 듯 말 듯 겹쳐 있었다. 바람이 다시 불어와 은행잎이 그 사이를 가로질렀다. 손을 내밀어 목줄을 건네받으려던 참이었다.

답글 1

발치Lv.4

점심때 버스 정류장에서 손잡이가 낡은 가방이 벤치에 놓여 있더군요. 주인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시계를 보고 있었어요. 아무도 그 가방을 집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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