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떨어지는 동안

가을비가 그친 뒤 운동화 끈을 다시 매면서, 얼마 만에 이런 느긋함인지 생각했네요. 저수지 둑까지 따라온 느긋함이, 갈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서두를 것 없게 하네요. 비 갠 아침 저수지 둑, 그 느긋함이 어디서 오는지 아시겠어요. 저는 어제 저녁, 버스 정류장 유리 지붕에 맺힌 빗방울이 한참 만에 떨어지는 걸 보았습니다. 그 사이 버스는 두 대나 지나갔지만, 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유리 끝에 걸린 물방울 하나가 마침내 떨어질 때쯤, 다음 버스가 도착했지요. 저수지 둑 비탈에서 이삭이 젖은 억새 한 포기가 바람에 구부러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 물방울이 운동화 끝에 떨어졌고, 저는 그 자리에 오래 있었습니다. 운동화 끈은 이미 다 풀려 있었지만 다시 매지 않았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버스가 두 대나 지나갔다는 그 시간이, 저는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동안이었다는 게 참 비슷하네요. 저는 그 사이에 운동화 끈을 다시 매지 않았지만, 버스는 정류장에 멈춰 섰을 거예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드는 동안, 운동화 끝에 맺힌 물기가 저수지 쪽 바람에 스며들었습니다. 갈대 사이로 흘러간 물기가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 그 자리에는 물방울 소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답글 1

너머Lv.4

비 갠 아침, 정류장 벤치 모서리에 고인 물이 버스 바퀴 자국을 따라 천천히 흘러 내려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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