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정류장의 문 닫힘 소리
이어폰만 꽂고 걷는 출근길인데, 정작 들을 것은 고르지 못했다. 그저 소음을 막고 싶은데, 마음은 어느 채널에도 멈추지 않는다. 저도 이어폰을 꽂고 아무것도 듣지 않을 때가 많아졌어요. 창밖 풍경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저는 그제야 제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네요. 이어폰을 빼고 나면 버스 안 소리가 평소보다 낯설게 들리곤 해요. 정류장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다른 걸 그제야 알았네요. 창밖 가로등이 떠나가는 속도도 조금씩 다르아요. 저는 오래된 시계의 초침 소리를 들으면서 이어폰을 빼곤 해요. 그 소리가 참 낯설게 들릴 때가 있네요. 잠들기 전, 이어폰을 빼고 나면 방 안이 너무 조용해서 제 숨소리가 커 보이는 밤이 있어요. 정류장마다 다른 문 닫힘 소리를 듣게 된 뒤로는, 저도 모르게 다음 정류장에서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그 소리가 이어폰 너머의 세상과 이어지는 다리처럼 느껴져서, 가로등이 떠나가는 속도만큼 제 귀도 천천히 움직였어요. 그 조용함이 익숙해지면 저도 모르게 다음 날의 소리를 기다리게 되네요. 그래서 저는 이어폰을 빼고 나면, 그 조용함 속에서 제가 듣고 싶었던 소리가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되네요. 버스가 정류장을 떠난 뒤에야 창이 조용해져서, 귀에 남은 것은 엔진 소리도 아닌 그 자리의 정적이었습니다. 저녁 바람이 창가를 지나가고, 방 안의 초침은 여전히 제자리를 걸었다.
가로등 불빛이 창에 맺혔다 흩어지는 심야 버스 안, 내 앞자리 사람이 귀에 걸었던 이어폰을 빼면서 흐릿하게 미소를 짓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창밖을 바라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