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지은 끈

아무것도 듣지 않으면서 이어폰을 꽂고 걷는 시간은 언제부터였지. 새벽 공기는 아직 차가워서, 단추를 잠그고 소매를 내리면 그제야 발걸음이 놓일 자리가 보여요. 저도 이어폰을 꽂고 아무것도 듣지 않을 때가 많아졌어요. 창밖 풍경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저는 그제야 제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네요. 이어폰 꽂고 버스 기다리다 문득 내 신발 끈이 풀려 있었던 적 있어요. 그때 저는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려다 그대로 두었죠. 차가운 손을 다시 넣고 나서야 버스가 보이더라고요. 꺼지는 불빛을 세면, 저도 그만큼의 시간을 버스에 두고 온 셈이네요. 그 소리는 차창이 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마다 조금씩 달라져요. 골목 끝에 서면 버스 소리가 사라지고, 그 불빛도 결국 어디론가 가고 있네요. 저는 이어폰을 빼고 그 풀린 끈을 매듭지었어요. 매듭은 단단했고, 이제야 양손이 저울처럼 가벼워졌어요.

답글 1

바람결Lv.4

저도 어느 새벽,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에 서면 이어폰을 빼곤 해요. 그때마다 문득 발밑이 텅 빈 느낌이 들어서,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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