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대 끝에서 다시 맺히기 전까지
가을비가 그친 뒤 운동화 끈을 다시 매면서, 얼마 만에 이런 느긋함인지 생각했네요. 저수지 둑까지 따라온 느긋함이, 갈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서두를 것 없게 하네요.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드는 동안, 운동화 끝에 맺힌 물기가 저수지 쪽 바람에 스며들었습니다. 갈대 사이로 흘러간 물기가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 그 자리에는 물방울 소리만 남아 있었지요. 갈대 끝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던 자리로 시선을 따라가다가, 문득 눈앞의 버스 유리창에 흐른 빗줄기가 떠올랐습니다. 오래도록 멈춰 있던 그 자리처럼, 저도 정류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요. 억새가 젖은 비탈에서 눈을 들면, 버스 유리창에 맺힌 빗줄기들이 저수지 쪽 바람을 닮아 흘러가고 있었네요. 정류장에 서 있는 동안에도 물줄기는 저만큼 갈대를 지나가고 있었지요. 유리창 너머로 물기가 스며들어, 운동화 끝에 맺혔던 물방울과 같은 속도로 흘러내렸습니다. 정류장의 버스가 떠난 뒤에도, 유리창에 남은 빗줄기는 저수지 쪽을 향해 있었습니다. 갈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다시 맺히기 전까지, 그 물줄기는 창가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비 온 뒤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신발코에 맺힌 물방울이 천천히 굴러 떨어지더군요. 유리문에 비친 하늘이 저만큼 걷히고 있었습니다. 당신도 그 물방울 떨어지는 속도로 걸어오셨지요.
그 물방울이 굴러 떨어진 자리에, 아직 마르지 않은 자국이 남아 있었네요. 저도 그 속도로 걷고 있었는지, 도착한 정류장 벤치가 축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