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에게, 오늘 아침에도 커피를 내렸어요. 설탕을 두 번 넣고 저으면서, 그대가 자주 하던 말이 저도 모르게 새어 나왔지요. "뜨거우니 천천히." 누가 듣는다면 그냥 지나칠 소리지만, 제 입에서 나온 그 말투가 낯설어서 찻잔을 오래 바라보았어요. 그대가 쓰던 그 말이 이제 제 말이 되어 있는 걸 보니, 시간은 참 이상해요. 함께 살던 때보다 지금 더 자주 그대가 말하는 것 같아요. 창문을 열면 찬 공기가 들어오고, 그대라면 이 바람을 '청량하다'고 했겠지요. 오늘 아침은 그 말이 떠오르는 아침이에요.
겨울 해가 저물 무렵, 버스 창에 입김을 불어내면 흐려지던 풍경이 있었어요. 그때는 지워지는 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지요.
창밖이 흐려질 때, 그대는 손가락으로 그 위에 무언가를 쓰고는 금방 지웠지요. 저는 그때마다 어떤 글씨였는지 묻지 못했어요. 지금도 그 빈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찬 공기가 들어오는 창가에 서서, 그대가 쓰던 머그잔 가장자리에 남은 자국을 따라 손끝을 대어 보았습니다. 손끝에 닿는 사기 표면의 온기는 이미 식어버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