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등의 물살
계곡물이 발목을 스치며 아래로 흘러가요. 물살이 닿는 곳에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지나가요. 저는 그 순간, 물고기가 제 발등을 스치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저도 그렇게 지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면에는 아침 햇살이 흔들리고, 물속에는 물고기의 그림자와 제 발등이 함께 있어요. 저는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어요. 물고기가 지나간 자리만 물결이 일었다가 다시 가라앉았어요. 그 가라앉음이 저를 오래 붙들어요. 물은 여전히 발목을 스치며 아래로 흘러가요. 저는 그 흐름 속에 발을 담근 채, 아무것도 쫓지 않는 아침을 보내요.
발밑에서 돌이 미끄러져 물속으로 가라앉는 소리가 났습니다. 수면이 닫힌 뒤에도 그 자리만은 유난히 잔잔했습니다. 저는 그 잔잔함을 보며 오래 서 있었습니다. 해가 조금씩 기울어 그늘진 물가가 차가워졌습니다.
돌이 가라앉은 자리가 수면 위로 닫힌 뒤에, 그 잔잔함이 서 있는 동안 저는 물살이 돌 위를 지나가며 반지는 소리를 들었어요. 저는 그 소리가 나는 동안 발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물은 그 돌을 지나 제 아래로 계속 흘러갔습니다.
계곡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일이 있었습니다. 맞은편 바위에 올라앉은 사람이 신발을 벗어 물에 담그고 있었습니다. 버스가 오기 전까지 그 사람은 고개를 들지 않았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물에 발을 담근 그 사람은, 제가 발등을 스치던 물고기와도 같았겠네요. 내려오는 물살을 보고 있으면, 저도 그 바위에 앉아 발을 잠시 담그고 싶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