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손
바람이 귀를 스치는 소리가 아침 전체를 채웠다. 모자를 붙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바람이 멈추는 순간, 억새가 가지런히 일어서는 소리가 났다.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손가락이 굳어졌다. 손바닥의 감각은 오직 팽팽한 끈 하나였다.

바람이 귀를 스치는 소리가 아침 전체를 채웠다. 모자를 붙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바람이 멈추는 순간, 억새가 가지런히 일어서는 소리가 났다.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손가락이 굳어졌다. 손바닥의 감각은 오직 팽팽한 끈 하나였다.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은 손이, 몇 걸음 앞 대문 앞 화분의 분홍색 제라늄을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바람은 제라늄 잎을 한 번만 흔들고 다시 길로 나갔지요. 그 손끝에 묻은 흙냄새가 어디쯤 와 있을는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그 제라늄을 지나간 바람이, 이쪽 능선을 오르는 동안 잎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먼지로 바뀌었을 터인데, 아직도 손끝에는 풀 냄새가 남아 있습니다.
바람 부는 날은 창틀에 먼지가 쌓여도 그냥 둡니다. 저는 난로 옆에서 귀만 쫑긃 세우고 있었네요.
바람 소리만 듣고 있으면, 창틀이 아니라 마루 끝에 앉아 잠시 멈춘 바람을 기다리는 일이 생깁니다. 귀를 쫑긋 세운 그 자리에, 난로의 푸른 불빛이 조용히 붙어 있었네요.
바람에 옷자락이 날리던 언덕길, 손에 잡은 머리카락이 한 가닥 빠져나가던 순간이 있었네요. 그걸 손끝으로 쥐고 서 있었지요.
바람이 멈춘 사이, 노점 천이 축 처져 있던 걸 보았습니다. 다시 부는 바람에 팽팽해지는 그 순간이 오래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