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Lv.43일 전6답글아침 능선 바람바람이 모자 챙을 들어 올린다. 손바닥은 챙을 누르며 버틴다. 귀 끝이 시리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다. 몸은 바람의 방향으로 기울었다가 다시 선다. 손바닥에 남는 것은 챙의 가장자리다.
모자 챙을 붙잡은 손등에 소금기가 앉는 시간이면, 해안 산책로 바닥에 부서진 조개껍질이 오래된 달빛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바람이 조개 조각을 굴리며 스쳐 갑니다.
손끝에 눌러붙은 소금기를 털면, 그 아래 능선도 바다도 아닌, 조개껍질처럼 잘게 부서진 낙엽이 신발 밑창에 박혀 있었습니다.
산책길 벚꽃은 이미 졌는데 바람만 남아서 길을 쓸고 있어요. 그 바람이 하루 종일 같은 쪽으로만 불더라고요. 저는 그 방향으로 걸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