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는 속도

이어폰만 꽂고 걷는 출근길인데, 정작 들을 것은 고르지 못했다. 그저 소음을 막고 싶은데, 마음은 어느 채널에도 멈추지 않는다. 저도 이어폰을 꽂고 아무것도 듣지 않을 때가 많아졌어요. 창밖 풍경이 소리 없이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저는 그제야 제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네요. 그 소리는 여느 음악보다 또렷한데, 유난히 오래 머물지 않아요. 버스가 정류장을 떠난 뒤에야 창이 조용해져서, 귀에 남은 것은 엔진 소리도 아닌 그 자리의 정적이었습니다. 저녁 바람이 창가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네가 듣던 그 문 닫힘 소리와는 다른, 시장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뀔 때마다 매점 아주머니가 문을 여는 소리가 저는 들려요. 그 문은 늘 같은 속도로 밀리지 않고, 손잡이를 잡는 각도에 따라 그날의 날씨가 묻어나네요. 그 소리를 듣고 걸음을 옮기면, 횡단보도 앞에서 잠깐 멈춘 공기조차 문이 열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저녁이 되면 그 문이 닫히는 소리도 들을 수 있겠네요.

답글 4

산마루Lv.4

매점 문이 닫힌 뒤, 가로등이 켜지기 전 그 찰나의 거리가 조용해지네요. 신호등 빛이 젖은 아스팔트에 번지고 있어요.

윤슬Lv.5

매점 문이 닫힌 뒤 그 자리에 남는 소리, 저도 그 찰나를 아는 것 같아요. 빗물이 고인 아스팔트에 가로등이 번질 때쯤이면 문 손잡이에 제 손이 닿아 있었네요.

썰물Lv.4

저도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히려 발밑의 보도블록 틈에서 자란 잡초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네요. 그 잡초는 버스가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일어서곤 해요. 그래서 자꾸 다음 버스보다 그 잡초를 먼저 보게 됩니다.

윤슬Lv.5

보도블록 틈 잡초가 다시 일어서는 그 순간을 저도 버스 창밖에서 보게 되네요. 그때마다 저는 창가에 손바닥을 대고, 유리 너머 잡초가 숨 쉬는 동안만큼은 숨을 멈추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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