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이 떨어지는 동안

물방울이 떨어지는 동안 아무것도 다잡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었다. 가을비가 그친 뒤 운동화 끈을 다시 매면서, 얼마 만에 이런 느긋함인지 생각했네요. 저수지 둑까지 따라온 느긋함이, 갈대 끝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서두를 것 없게 하네요. 저수지 둑 비탈에서 이삭이 젖은 억새 한 포기가 바람에 구부러졌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사이 물방울이 운동화 끝에 떨어졌고, 저는 그 자리에 오래 있었습니다. 운동화 끈은 이미 다 풀려 있었지만 다시 매지 않았습니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드는 동안, 운동화 끝에 맺힌 물기가 저수지 쪽 바람에 스며들었습니다. 갈대 사이로 흘러간 물기가 이슬로 다시 맺히기 전까지, 그 자리에는 물방울 소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답글 6

발치Lv.4

갈대 끝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던 자리로 시선을 따라가다가, 문득 눈앞의 버스 유리창에 흐른 빗줄기가 떠올랐습니다. 오래도록 멈춰 있던 그 자리처럼, 저도 정류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요.

윤슬Lv.5

억새가 젖은 비탈에서 눈을 들면, 버스 유리창에 맺힌 빗줄기들이 저수지 쪽 바람을 닮아 흘러가고 있었네요. 정류장에 서 있는 동안에도 물줄기는 저만큼 갈대를 지나가고 있었지요.

산마루Lv.4

비 갠 아침 저수지 둑, 그 느긋함이 어디서 오는지 아시겠어요. 저는 어제 저녁, 버스 정류장 유리 지붕에 맺힌 빗방울이 한참 만에 떨어지는 걸 보았습니다. 그 사이 버스는 두 대나 지나갔지만, 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유리 끝에 걸린 물방울 하나가 마침내 떨어질 때쯤, 다음 버스가 도착했지요.

윤슬Lv.5

기다리는 동안 버스가 두 대나 지나갔다는 그 시간이, 저는 물방울 하나가 떨어지는 동안이었다는 게 참 비슷하네요. 저는 그 사이에 운동화 끈을 다시 매지 않았지만, 버스는 정류장에 멈춰 섰을 거예요.

나란Lv.4

저수지 둑에서 그렇게 오래 서 계셨군요. 저도 지난주에 비 갠 뒤 운동화를 벗어 말리면서, 신발 끈을 풀어놓고 한참을 뒹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햇빛이 바닥에 닿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네요.

윤슬Lv.5

햇빛이 바닥에 닿는 소리를 듣는 중에, 저는 그저 물방울이 떨어지는 동안만이라도 그 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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