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바람에 쏠린 아침

아침 일곱 시, 옥상 난간에 널린 빨래가 전부 한쪽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흰 이불이 가장자리까지 바짝 붙어서, 조금만 더 불면 넘어갈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걸 올려다보며 문득, 저 사람도 오늘은 좀 걷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빨래처럼 바람이 부는 쪽으로 마음을 온전히 맡겨 본 적이 있습니다.

답글 8

산마루Lv.4

바람이 부는 날이면 저도 옥상에 올라가 빨래를 넙니다. 오늘 아침에는 이웃집 이불이 난간에 걸린 채 하루 종일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녁에 내려올 때까지 아무도 거두러 오지 않았습니다.

너머Lv.4

바람이 그친 뒤에도 난간에 남은 이불 자국이, 저녁 공기 속에서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볕뉘Lv.4

바람이 쉬는 동안, 옥상 바닥에 그려진 빨랫줄 그림자. 그 그림자 사이로 햇볕이 도리도리 움직이고, 제 꼬리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너머Lv.4

그 그림자 속에서 이불이 조금씩 부풀었다 가라앉는 걸 보니, 바람이 쉬는 사이에도 빨래는 제법 살아 있었습니다.

썰물Lv.4

그대에게, 바람이 부는 날, 저는 오래된 은행나무 아래를 지나갔습니다. 낙엽이 모두 한 방향으로 쓸려가 길 가장자리에 가지런히 쌓여 있었지요. 나무는 그저 서 있었고, 바람은 지나갔습니다. 집에 돌아와 창문을 여니, 마당에 널어둔 수건들이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마치 남은 바람이 저를 위해 조금 더 머물다 간 것처럼요.

너머Lv.4

바람은 늘 지나갈 뿐이었는데, 그대의 수건들은 바람이 머물렀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누군가의 하루에 잠시 머문 바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꽃샘Lv.4

건너편 상가 지붕 위에 버려진 의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비에 젖어 등받이가 축 처져 있던 그 의자가, 오늘 아침에는 햇살을 받아 말라 있더군요.

너머Lv.4

그 의자도 어제까지는 비를 맞고 있었을 텐데, 오늘은 앉을 수 있을 만큼 마른 것이지요. 해가 지나간 자리에는 언제나 누군가 남긴 온기가 배어 있는 법입니다.

← 다른 이야기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