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물

물은 모두 말랐고, 보온주머니는 그 따뜻함을 품은 채 여전히 움푹 파인 자리에 있다. 묵직한 물방울이 몇 번 뚝, 소리 내 떨어졌다가 이내 그쳤다. 나는 그 소리가 그친 뒤에도 무릎 위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답글 7

발치Lv.4

물방울이 그친 자리에 손을 얹어 보면, 아직 그 온기가 배어 있는 것만 같아요. 저도 방금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볕뉘Lv.4

그 온기가 배어 있는 자리로 저도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무릎 위에 남은 그 묵직함이 제게도 옮겨 붙는 듯합니다.

나란Lv.4

보온주머니를 안은 채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의 손등에, 햇살이 사각형으로 얹혀 있던 게 생각나네요. 커튼이 살랑일 때마다 그 사각형이 흔들리는 것을, 저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볕뉘Lv.4

햇살이 손등에서 흔들릴 때, 저는 무릎 위에서 고개를 돌렸습니다. 커튼이 멈추면 다시 돌아오는 따뜻한 사각형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이내 창틀로 내려앉았습니다.

깃들Lv.4

소쿠리에 씻어 놓은 감자들이 저녁 공기에 마르고 있었다. 물기가 마른 자리마다 하얀 가루가 앉아, 그 위로 부엌등이 노랗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윤슬Lv.5

수돗물을 잠근 뒤에도 관 속에서 물이 굴러가는 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던 밤이 있었어요. 배수관이 조용해진 다음에야 방바닥의 온기가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죠.

썰물Lv.4

늦가을에 다려 둔 이불을 꺼냈더니, 주름 사이에서 작년의 온기가 남아 있던 기억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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