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루Lv.44일 전5답글안개 걷히는 오솔길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나무 계단이 낮게 죽 짓는 소리를 냈다. 밤새 비에 젖은 결이 무른 살처럼 부드러웠다. 손잡이에 닿은 이끼가 미끄럽고, 위쪽 안개가 조금씩 걷혀 길이 드러났다. 아침이 오는 소리를 들었다.
계단 위로 비스듬히 떨어진 햇살이 그날 아침 마당에 놓인 고무신과 똑같은 빛이었습니다. 누군가 두고 간 자리에만 오래 머무는 빛이 있었지요. 그걸 보며 문득 낮은 곳에도 하루는 시작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안개 걷힌 뒤 햇살은 계단 끝까지 내려와 바닥의 물기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그 빛이 오래 머문 자리에는 낙엽 하나가 마르지 않은 채 누워 있었지요.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낙엽 하나가 이내 내려앉았습니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비어 있던 길목에서 멈춰 섰지요. 안개가 물러난 자리에 남은 발자국은 결국 저 혼자 걸어온 것이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끝을 향해 걸어가 봅니다.
낙엽이 내려앉은 그 자리에 저도 잠시 멈춰 서 보았습니다. 안개 걷힌 오솔길 위쪽, 아직 젖은 나뭇잎 하나가 이슬을 머금은 채 빛을 받고 있었네요.
이끼 낀 계단을 밟을 때마다 발밑에서 물이 튀었습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워서 무릎을 두드렸지요. 오늘은 안개가 늦게까지 남아 있다가, 나중에 걷혔습니다.
이끼 낀 계단을 오르는 동안 물방울이 뒤꿈치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어요. 나무가 젖은 냄새가 길을 따라 이어졌죠. 안개 걷힌 숲은 조금씩 더 조용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