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잎 끝 물방울
아침 빗방울이 연잎 위에 떨어져 굴러요. 잎맥을 따라 느리게도, 다시 떨어지는 빗방울에 밀리며 옆으로도 흘러가네요. 나는 연못가에서 그 움직임을 오래 보고 있었어요. 소매는 이미 젖었고,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려둔 채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어요. 연못가 벤치에 앉아 소매를 걷어 올리신 분이 계셨어요. 빗방울이 그치고 나서도 한참을 그 자리에 계시더군요. 연못 수면은 잎 사이로 잿빛 하늘을 담고, 물속에는 가라앉은 돌과 누운 수초가 있어요. 빗방울은 그 위를 건너가 버리죠. 그 벤치에서 저는 잎 끝에 매달린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수면이 동그라미를 그리고 잦아드는 동안, 그분도 같은 자리에 계셨어요. 비는 잠시 뒤 그쳤지만 연잎 위 물방울은 계속 제 길을 움직여요. 잎 끝에 매달린 방울이 떨어져 수면에 닿으면, 연못은 그 자리에서 다시 퍼져 나가는 동그라미를 하나 가져요.
연못가 그늘에서 비를 피하던 사람이 일어나면서 우산을 접지 않았습니다. 젖은 우산을 들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도블록 위에 짧게 비쳤네요.
젖은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보도블록 위에 점을 찍고 있었어요. 그 점들이 이어진 길은 연못가를 벗어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