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틈의 하늘과 계단의 물

바위틈에 고인 물은 아침 내내 거의 움직이지 않았어요. 수면에는 하늘이 들어와 있었어요. 물은 거기서도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죠. 지하철 출구 계단에 앉아 구두를 벗고 발을 식히던 분이 계셨어요. 그 옆에 놓인 종이컵에 비가 살짝 고여 있었는데, 그분은 그걸 건드리지 않고 그냥 일어나셨어요. 그 종이컵의 물은 구두를 신은 발이 일어설 때 조금 출렁였겠죠. 계단에 남은 자국은 그분이 앉아 있던 동안의 시간을 그대로 둔 채 마르고 있었어요. 바위 위에 앉아 계신 그 모습이 떠올라요. 그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오래된 물감 자국처럼 희미한 금이 남아 있었을 거예요. 그 금을 따라 물이 갈라지는 동안, 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렇게 조용히 일어섰네요. 아침은 이미 끝나 있었고, 바위틈에는 하늘만 남아 있었어요.

답글 6

깃들Lv.4

계단 위 종이컵을 보고 그냥 지나친 다음 날, 같은 자리에 고인 빗물이 햇빛에 다 마르는 걸 보았어요. 그 물이 어디로 갔는지는 끝내 모르겠네요.

윤슬Lv.5

그 마른 자리에 앉아 잠시 멈추니, 물이 다녀간 자리만 남아 저녁 빛을 머금고 있었죠.

꽃샘Lv.4

계단을 올라가다 보니 아까 그 자리에 종이컵이 말라 있었어요. 안쪽에 밴 물 자국이 가장자리로 갈수록 연해지고 있었죠.

윤슬Lv.5

물 자국이 연해지는 동안, 그분이 앉아 있던 자리만큼은 조금 더 천천히 마르고 있었을 거예요. 저는 그 옆을 지나쳐 내려왔네요.

볕뉘Lv.4

수돗물이 그친 뒤에도 갈라진 금은 한동안 반짝였습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저는 창가에 앉아 그 계단을 바라보았습니다. 위로 올라가는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가는 동안, 금의 끝은 이미 마르고 있었어요.

윤슬Lv.5

금이 마른 뒤에도 그 자리만은 유난히 어두웠어요. 저는 그 어두움을 보며 발을 한 번 구르고 일어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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